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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랫집 누수 피해 복구와 우리 집 수리까지,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일배책) 하나만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로부터 돌아온 것은 "고객님은 '고지의무'를 위반하셨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이 거절됩니다"라는 차가운 통보뿐. 머릿속이 하얘지고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계약할 땐 온갖 혜택을 다 줄 것처럼 하더니, 이제 와서 어려운 법률 용어를 들이밀며 책임을 회피하는 보험사의 행태에 배신감마저 듭니다. 괜찮습니다. 그들이 내세우는 '고지의무 위반'은 절대 무적의 방패가 아닙니다. 지금부터 보험사의 주장이 왜 부당한지, 그리고 당신이 어떻게 반박해서 정당한 보험금을 받아낼 수 있는지 그 핵심 전략을 명쾌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1. 보험사가 말하는 '고지의무 위반'의 진짜 의미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 카드를 꺼냈다면, 그들은 이렇게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당신은 보험에 가입할 때, 우리가 물어본 중요한 사실에 대해 일부러 숨기거나 다르게 답했습니다. 만약 우리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 이 계약을 맺지 않았을 겁니다. 따라서 이번 사고는 보상해 줄 수 없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보험 가입 당시''청약서 질문표' 내용입니다. 고지의무란, 미래를 예측해서 알려줄 의무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상태에 대해 보험사가 서면으로 물어본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의무를 말합니다.

    누수 사고에서 보험사가 문제 삼는 고지의무 위반 사례

    • 주택의 중대 하자: "계약 당시 이미 건물에 균열이나 누수 징후가 있었던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숨기지 않았나요?"
    • 직업 및 용도 변경: "평범한 주거용으로 계약해놓고, 실제로는 에어비앤비나 공방처럼 상업적 용도로 사용한 것을 알리지 않았죠?"
    • 위험한 공사 이력: "최근 비전문가에게 맡겨 배관을 건드리는 등 위험한 인테리어 공사를 한 사실을 왜 알리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보험사는 '주장'을 할 뿐, 그것이 사실임을 입증할 책임은 전적으로 보험사에게 있습니다. 가입자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필요가 없습니다. 보험사가 당신의 '고지의무 위반'을 명확하고 객관적인 증거로 증명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주장은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2. 지급 거절에 맞서는 핵심 반박 논리: '인과관계'의 부재

    설령 당신이 청약서 질문에 일부 사실을 다르게 기재한 것이 맞다고 해도, 보험사가 무조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우리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법률 원칙이 바로 '인과관계'입니다.

     

    상법 제655조에 따르면,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과 발생한 보험사고 사이에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면,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즉, 당신이 알리지 않은 사실이 이번 누수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님을 증명하면 되는 것입니다.

    인과관계, 쉬운 예시로 이해하기

    건강보험에 가입할 때, 과거에 '가벼운 위염'으로 치료받은 사실을 깜빡하고 알리지 않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몇 년 뒤, 축구를 하다가 다리가 부러져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이때 보험사가 "당신은 과거 병력을 숨겼으니(고지의무 위반), 다리 골절 보험금을 줄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없습니다. '위염'과 '다리 골절' 사이에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누수 사고에 '인과관계' 논리 적용하기

    • 보험사의 주장: "당신은 최근 셀프로 화장실 타일 공사를 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이는 명백한 고지의무 위반입니다."
    • 실제 누수 원인: 누수 탐지 전문 업체를 통해 확인해보니, 누수는 화장실이 아닌 '거실 바닥 밑의 노후된 온수 배관'에서 발생했습니다.
    • 우리의 반박 논리: "내가 화장실 타일을 시공한 행위와 거실 바닥 아래의 배관이 터진 것 사이에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 따라서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처럼, '인과관계 없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누수 탐지 전문 업체의 정확한 소견서가 필수적입니다. 이 소견서는 보험사의 주장을 무너뜨리는 가장 객관적이고 강력한 증거 자료가 됩니다.

     

     


    3. '내 돈'을 지키는 단계별 대응 매뉴얼

    보험사의 부당한 주장에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됩니다. 차분하고 체계적으로 아래의 단계를 밟아나가야 합니다.

     

    1. 보험사의 주장 서면 요구: 전화 통화로 "지급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면, 반드시 "고지의무 위반의 구체적인 내용과 지급 거절 사유를 명시한 공식적인 서면(이메일, 팩스 등)"을 보내달라고 요구하십시오. 모든 분쟁은 문서로 시작해서 문서로 끝나야 합니다.
    2. 객관적 증거 확보: 앞서 강조했듯이, 공신력 있는 누수 탐지 전문 업체를 통해 '누수 원인'과 '피해 범위'에 대한 상세한 보고서를 받아야 합니다. 또한, 누수 현장과 피해 상황을 날짜별로 상세히 사진/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수리 견적서 등 관련 서류를 모두 모아둡니다.
    3. 전문가 선임 (손해사정사 또는 법무법인): 혼자서 보험사를 상대하기 벅차다면, 주저 없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 독립 손해사정사: 보험사가 아닌 가입자의 편에서 손해액을 산정하고, 약관 해석 및 인과관계 부재 등을 논리적으로 주장하여 보험사와 협상해 줍니다. 분쟁 초기 단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해결사입니다.
      • 보험 전문 법무법인: 보험사가 끝까지 지급을 거부하며 법적 절차를 운운한다면, 변호사를 통해 내용증명을 발송하거나 금융감독원 민원, 최후에는 소송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초기 법률 상담을 통해 대응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끔찍한 분쟁을 겪고 나면, 내가 가입한 보험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전체적인 보험 리모델링을 진행하여, 불명확한 약관이나 불리한 조항은 없는지 점검하고 내게 꼭 맞는 보장으로 재설계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믿을 수 있는 다른 손해보험사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